[CEO 릴레이 인터뷰] 이재하 삼보모토스 대표
"주일무적 정신으로 세계일류 車부품사 만들것"
"기업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습니다. 잠시라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죠. 제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재하 삼보모토스 대표 집무실에는 `주일무적(主一無敵)`이란 글귀가 크게 적혀 있다. 마음을 한군데에 집중하여 잡념을 버린다는 뜻이 담긴 주역의 문구다.
집무실 책상에 앉으면 정면으로 보이는 이 말을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며 마음을 다스린다. `배우고, 익히고, 반성하고, 실천하자`는 이 회사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대표가 창업 30여 년 만에 매출 3000억원에 이르는 대구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키운 데는 이런 철학이 밑받침됐다. 삼보모토스는 국내 자동차 자동변속기 부품 분야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는 "면역력이 없으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기업도 자생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끊임 없는 품질 시스템 향상으로 지금의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하기 전만 하더라도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고등학교 미술 교사였다. 1979년 경북 포항의 한 고교에 부임해 교편을 잡았지만 3년 만에 그만뒀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그에게 학교는 만족스러운 직장이 아니었다. 그는 1979년 어느 날 지인과 가진 저녁 술자리에서 교편을 놓기로 결심하고 기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 대표는 "학교 생활에 회의가 들기도 하고 도저히 성격과 맞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기계 금속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대부분이 그랬듯 자동차 부품 산업 역시 국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자본도 기술도 연구인력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쌓인 기술력은 1994년이 돼서야 빛을 보게 됐다. 삼보모토스는 당시 상공부 지정 국산화 대상 품목이었던 자동변속기 정밀부품 개발을 1년여 만에 성공해 양산하면서 차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달콤함도 잠시였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회사가 크게 어려웠다"며 "그때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야기마저 꺼내기 싫다"고 웃었다. 미술을 전공한 CEO답게 회사 곳곳에는 서양화와 동양화, 조각상 등 다양한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회사 본관 1층에 마련된 전시장은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미술 작품들이 자동차 부품들과 조화를 이뤄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는 "예술과 기술이 하나가 되면 감성지수도 높이고, 감성 품질도 향상시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삼보모토스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었다. 제품 품질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만큼 근로 환경과 복지 여건에 대한 노사 간 소통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는 "노조위원장이 나보다도 더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대해 신경 쓰고 노력할 만큼 모두 애사심이 강하다"고 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춰 삼보모토스는 매년 15%가량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전체 매출액 중 20%가량을 미국 크라이슬러, 일본 닛산 계열사 등에 수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전체 매출액 가운데 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토대로 세계 일류의 품질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부터는 대구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직도 수행하고 있는 그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위한 구상도 내놨다. 성서산단은 2300여 업체, 근로자만 6만5000여 명에 달해 지방공단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